loader

노회찬 빈소에 매일 수천명

이 조문 행렬은 무얼 의미하나

“서민들 입장에서 말해준 정치인.” “약자를 위해 강자 앞에 당당했던 국회의원.” “호탕한 아저씨처럼 웃던 사람.”

 

정치인 노회찬에 대한 평범한 시민들의 기억이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하루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로 장사진을 이뤘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도 이틀 동안 8000명(24일 밤 10시 기준)의 조문객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 이틀째를 맞은 이날 밤엔 노 의원의 빈소가 있는 지하 2층부터 장례식장 입구까지 줄을 설 정도로 조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대학생,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작업복을 입은 직장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줄지어 선 풍경은 소수정당의 국회의원이었던 그가 얼마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는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추모객들은 정치인 노회찬을 약자들의 대변인으로 기억했다. 그의 말에 공감하고, 그의 목소리에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쏟아낸 박민자(48)씨는 “서민들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렇게 말하는 분이 (정치인 중에) 많이 없는 것 같다”며 “그동안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제 작은 발걸음이라도 보태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원승재(20)씨도 “‘호탕한 아저씨’처럼 웃는 모습, 토론에 나와서도 쾌활하게 설명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삼성이랑 싸우던 모습, 그런 당당한 모습이 멋있었다”고 돌이켰다. 원씨는 “항상 약자를 위해 강자 앞에서 당당했는데 이리 씁쓸하게 떠나시니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와보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며 목이 멘듯 말을 잇지 못했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조문을 하러 왔다는 직장인 김지수(43)씨도 “약자들을 대변하는 정치, 강자들에게 저항하는 정치를 하는 노회찬 대표 같은 정치인이 많지 않다”며 “계속 살아서 약자들을 위한 입법, 제도를 만들어줬어야 했는데”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대중적 진보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노회찬 의원의 소탈함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과 달랐다’는 설명이다. 대학생 송웅근(21)씨는 “고교 시절 노회찬 의원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나눈 뒤 인연을 이어왔다”며 “친구 관계와 관련한 조언을 진지하게 해주기도 했고 지방에서 올라온 제게 교통비 5만원을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고 추억했다.

 

정치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처럼 뜨거운 애도가 쏟아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죽음에서 어떤 이들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떠올렸다. 약자를 대변하고, 서민과 가까웠던 정치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듯했다.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만난 조문객들 일부는 “노 전 대통령 때도 이랬다”고 말했다. 20대 용접공 시절부터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를 지내기까지 30여년 동안 한 번의 곁눈질 없이 소외된 이들과 함께해온 정치인 노회찬의 정의가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의 일탈을 넘어서고 남는다는 사회적 신뢰도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문객들은 몰염치한 정치 현실 속에서 ‘정의로웠던’ 정치인 노회찬이 죽음을 선택한 데 대해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전했다. 직장인 정경숙(50)씨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건강한 정치인이 먼저 떠나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눈물을 훔쳤다. 장례식장을 찾은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도 “작은 티 때문에 생명까지 접은 분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그 자리를 살아 있는 사람들이 노력해서 메워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54720.html#csidxaea0cb531852d0db044737f65bca81f  


좋아요
0

훈훈해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코멘트(Comments)

로그인 하시면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뉴스

최근 #